오리스 도입, 해외송금 시장 경쟁 재편
내년 개인 해외송금 내역을 통합 관리하는 '오리스(ORIS)'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 제도는 송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특히 비은행권 핀테크 업체들은 생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 구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스 도입의 배경 및 목적
2024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오리스(ORIS)' 시스템은 개인 해외송금 내역을 통합 관리하는 초기 단계로, 기획재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이 시스템의 주된 목적은 송금 투명성을 확보하고, 현재의 해외송금 관리 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비은행 권역에서 업체별 송금 한도가 적용되어 개인이 여러 업체를 통해 송금 할 수 있었던 점을 악용해, 수십만 달러를 송금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왔다.
오리스 시스템은 이러한 '쪼개기 송금'을 방지하기 위해 업권 전체에서 송금 한도를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업권의 단위 송금 한도가 일괄 적용되어, 고객이 어떤 송금업체를 이용하더라도 연 5만 달러까지만 송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비은행권의 송금업체들이 단기간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변화로, 특히 핀테크 업체들은 수수료 경쟁력을 잃고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오리스는 비은행권의 모니터링 체계가 미비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정부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핀테크 업체가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는 점도 분명하다. 결국, 정부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핀테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 재편
오리스의 도입은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 재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송금 한도가 적용됨에 따라, 기존에 비은행권과 은행권이 치열히 경쟁하는 모습에서 은행권의 우위가 강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비은행권 업체들은 이주 노동자 및 신흥국 송금 등의 틈새 시장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로 발전해왔지만, 오리스를 통해 송금의 범위가 제한되면 이러한 시장 조정에 인해 대형 은행 업체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몇몇 은행들이 송금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스뱅크는 내년 1월 외화통장에서 미국 및 유럽 등 해외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하나은행도 태국,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네팔,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체류자 중심 국가로 직접 송금 가능한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은행권의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비은행권 업체에게는 도산 위험을 더하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은행권 업체들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같은 일부 업체는 이번 오리스 도입으로 송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해외송금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이는 해외송금 시장에서의 경쟁이 은행 및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권의 필요성
정부의 오리스 도입은 송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특히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이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생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시장의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연 10만 달러로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도의 효과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오리스 시스템의 도입은 개인 해외송금 시장 전반에 걸쳐 큰 변화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비은행업체와 은행간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넓혀온 만큼, 이들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향후 정부는 오리스를 도입한 이후에도 시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추가적인 규제 완화나 조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